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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번역/infinit0 (@infinit0_info)

2023.12.28 인피니 SS / 🎄Merry Christmas🌟

by 뎅뎅이 2025. 6. 20.

🎄Merry Christmas🌟

 

ーespressivoー

레이와 시오의 도착하길, 그리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사이, 로아와 쿠로이는 각자 방식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굳이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관계가 있었다.

로아는 잡지를 툭툭 넘기고,


쿠로이는 악보를 꺼내 빨간 펜으로 무언가를 사각사각 써 내려가고 있었다.

문득 로아가 악보에 적힌 글씨를 가리키며 쿠로이에게 물었다.

「이거, 무슨 뜻이야?」

「응? …아아.



로아처럼 하란 뜻이야.」

***

예전부터 감정을 다루는 게 서툴렀다.

어릴 땐 ‘감정이 풍부하다’고 했고, 지금은 ‘감정이 과하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땀이 많다거나 체질이 다른 사람이 있듯이, 나는 아마 감정의 ‘양’이 조금 많은 편인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꽤 진지하게 어릴 때부터 해왔다.

무언가를 계기로 터지는 감정은 마치 분수처럼, 간헐천처럼 솟아오른다.


심장 어딘가, 몸 중심에서 확 밀려오는 그 감정의 파도는, 그 격렬함은 대체 뭘까.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생리현상처럼, 수습할 틈도 없이 휩쓸려버린다.

조금만 더 크면.

성인이 되면.

어른이 되면.

좀 더 괜찮아질 거라 믿었는데, 솔직히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진짜 뭐야, 이건.

희로애락 중에서 ‘희’랑 ‘락’은 주변에 폐를 끼치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 쳐도, 문제는 ‘노’와 ‘애’다.


사회인으로서 이 둘을 제어하지 못하는 건, 정말로 곤란하다.


그 자각은 누구보다 있다.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을 삼키지 못해 눈물이 나고,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로 표현하지 못해 눈물이 나고,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나고.

다시 생각해 보면, 정말 나는 맨날 울고만 있었네, 라는 한숨이 나온다.

‘울면 다 되는 줄 아냐’


‘어른이 돼서 우는 거 아니야’

진짜로.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한다.

좀 아픈 말을 들어도 ‘그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래도 역시 울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노(분노)’가 곧바로 ‘애(슬픔)’로 옮겨지는 성향이었다는 거려나.


이 직업을 하면서 감정대로 행동했다면, 나는 분명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 신세, 주간지 기사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울보’,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말 정도로 끝나는 지금은, 오히려 다행인 건지도 모르겠다.

***

「espressivo… 표정 풍부하게, 감정을 담아, 라는 거구나」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는 한숨을 내쉰다.


그걸 보고 쿠로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말해두지만, 칭찬한 거야」


「에~?」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나는 쿠로의 무표정이 더 좋은데」

「나는 무표정이라기보다, 얼굴 근육 가동 범위가 좁을 뿐」


「…그런 사람, 내 지인 중에 있어. 시키라든가, 시키라든가, 시키라든가, 시키라든가」


「타카무라 씨가 무표정인 건 이제 확실히 알아」

아는 사이였냐고 물었더니, 얼마 전 함께 단팥죽을 마셨다고 했다.


무슨 상황이야.


태클 걸고 싶은 포인트밖에 없어.

「그리고, 그라비의 아라타나 록다운의 하루토도 그럴걸」

「…꽤 많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무표정이라는 의미로 따지면 훨씬 많지.


먼저, 레이 씨.


슈랑 타카아키도 그렇고……



……


……


……


전 유닛, 표정 근육… 일하는 거 맞아?????」

「프로로서 그 자리에 어울리는 얼굴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한 거겠지. 존경스럽다」


「아, 감사합니다」


「로아 빼고」


「저기」


「후훗」

쿠로이가 정말 살짝, 하지만 부드럽게 웃었고,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쿠로이는 ‘espressivo’라는 글자 위에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넣었다.


「‘표정 풍부하게’.


흑백의 악보를 선명한 색으로 칠해내라는 뜻이야」

「응?」

「마음의 색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새하얀 캔버스에 과감히 붓을 댈 수 있는 사람뿐이야.


대부분은 어른이 되면 잔기술을 익혀서 오히려 못하게 되지.


잘 설명은 안 되지만, 로아는 지금 그대로가 좋아」

「……」

「얼굴, 빨개졌는데?」


「‘espressivo’라서요!」


「하하」

참지 못해 흘리던 눈물을 부끄러워했던 옛날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었다.

조금은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


울보도, 화쟁이도, 허둥지둥이도.

오늘 밤만은 모두가 웃을 수 있기를!

#메리크리

https://x.com/infinit0_info/status/1740207059394773338?s=61